구병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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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시식(救病施食)이란

이승을 떠난 영혼이 해탈하지 못하고 산사람의 몸을 자기 몸으로 착각하여 붙어 지내거나, 산사람의 방심이나 무지로 인해서 귀신을 자기의 일부인 것처럼, 착각하며 지내게 된 책주귀신 영가를,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으로 극락왕생시킴으로써 산자와 망자를 병고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의식입니다.

법력 높은 스님께서 공양을 베풀고 법문을 들려주어서 해탈시키게 되지만, 미혹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영가들에게는, 다라니를 외면서 팥을 뿌리고 해탈의 채찍으로 깨우치게 하여 맺힌 원결을 풀고 극락세계에 왕생시키는 의식입니다.

일종의 재례의식이며, 시식이란 업력에 의하여 고통 받는 영가(영혼)들에게 법식을 베풀어 천도하는 의식을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우리 몸에 발생하는 병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하나는 현세실조병(現世失調病)이라 하여 음식이나 몸과 마음가짐을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고, 두번째는 선세행업병(先世行業病)이라 하여 과거에 저지른 온갖 악업의 결과가 현세의 질병이라는 과보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누군가를 몹시 괴롭히거나 미워할 경우 그 업의 힘이 잠복해 있다가 현세에 자기 몸의 병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우리 몸이 병들었을 때 육체적인 원인을 찾아 물리적으로 다스리는 현대의학적 처방도 당장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업에 대한 참회와 더불어 주변의 모든 원한관계를 해소하고 고통 받는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 공덕으로 병고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 하겠습니다.

구병시식은 육체와 정신이 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연관관계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연기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복덕을 지어 병고와 액운을 이겨내려는 데에 본래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난존자에 의해 비롯된 불교의 시식은 배고픈 귀신들을 법식을 통해 굶주림을 채우고 불법에 귀의하여 법문을 듣고 하루 속히 안락국에 태어나라는 천도의식이지, 굿이나 귀신을 겁주어 쫓아내려는 미신적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을 만족시켜 원한의 마음을 풀게 하는데 있고, 구병시식의 절차는 먼저 삼귀의를 하고,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께 귀의하여 그의 위신력으로 책주귀신 영가를 천도합니다.

≪천수경≫을 외우고 멸악취진언을 하여 악취로부터 아귀들을 불러내어 병자의 내력을 유치(由致)로 설명합니다.

설단에는 말마(馬)자와 금은전(金銀錢) 각 일곱글자와 남귀여귀 (男鬼女鬼) 2개를 써서 붙이고 책주귀신영가 위패를 모신 다음, 일곱접시의 밥과 찬, 그리고 삼색 과일 등 제반 음식을 차려놓고 간절하게 시식을 베푼 다음 문밖에 나가서 봉송을 합니다.

영혼에게 드리는 향화청가영(香花請歌詠)을 살펴보면, 빚진사람 원수가 되어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 그치지 못해 지금 시식을 베풀어 법식을 제공하니 무릇 깨달아 원한을 풀어 ,구병시식의 의식으로 전생의 빚을 갚고 한이 맺힌 원한을 풀어 현재의 병고를 이겨내는 의식입니다.

구병시식은 일반불자들이 행할 수 있는 의식이 아니며, 수행 공덕이 높으신 스님에 의하여 진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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